2008년 10월 02일
경제 회복을 위한 공무원 봉급 동결?
2009년도 공무원 봉급 수준을 현재 수준으로 동결하고, 공무원 증원도 삼가하겠다는 게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2009년 정책 중 하나라고 합니다. 이런 정책을 낸 이유가 된 발상은 대략 이렇습니다.
'내년도 공무원 봉급을 인상하지 않기로, 즉 봉급을 동결함으로써 예산을 절약하고 그 예산을 일자리 창출에 투입한다. 그리고 공무원 봉급을 동결함으로써 민간 기업 차원의 임금 인상 저지도 유도하고, 이로 인해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여 생산량을 증진시킴으로써 최종적인 경제 부흥에 도전한다.'
..뉴스 잘못 본 게 아닌가 모르겠군요. 이에 대해 제 의견을 간단히 피력하자면..

한창 인플레 타면서 슬슬 스태그플레이션 이야기 나오는 시즌에 참 아름다운 소리입니다.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사들의 보수 중 넘치는 부분을 다소 제어한다면 또 모르지만 일괄적으로 푹 그어내리시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경제 활성화는 고사하고 경제 쇠퇴가 촉진될 거라고 장담합니다.
일단 고위 공직자는 몰라도 중하위 공무원들은 이제 올라가는 시세에 전혀 맞지 않는 한 줌의 월급갖고 간신히 살아야하는 게 첫째고, 민간 기업들의 노동자 임금 동결을 유도한다니까 그렇잖아도 치솟는 물가에 비해 너무 낮은 월급받으며 고생고생 하루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에게 올해보다 더한 생활 1년 더 해보라는 소리 정도로밖에 안 들린다는 게 둘째입니다.
물론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예산 절약해서 경제 활성화하고 기업들 부담 줄여서 이익 많이 남기면 좋지 않겠냐고. 맞는 말씀이긴 한데 '민간 기업의 임금 동결 유도'이 완전 초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소시민들 주머니 무게를 내버려두고 물가 올라가는 건 차차 수습하겠다는 건데 이렇게 되면 일단 소비가 더 감소합니다. 물가는 전년보다 5%는 더 뛴 거 같은데 주머니에 든 돈이 작년과 똑같다면 절약말고는 숨통이 꽉 막히지요. 중하위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소비가 꽉 막혀버리면 무슨 경제 발전을 하나요?
그래도 용케 기업들이 천재적 근성 발휘해서 잘 나가게 되었다고 봅시다. 그러면 뭐합니까. 정부에서 공무원들 돈 더 안 주겠다고 하는 마당에 자기 지갑 열어서 돈 더 주려고 드는 사장은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없겠지요. 즉 그 돈은 소시민이 아니라 결국 자본가들의 주머니에 남습니다. 경제 활성화가 아주 만에 하나 된다고 쳐도 그 돈은 시민 것이 아니란 말씀.
이명박 정부가 구상하는 게 아마도 통제 경제 내지 경제 동결인 모양인데 역사상 통제 경제가 성공한 사례는 한 번도 없습니다. 아마추어의 논리대로 간결하게 말씀드리자면 돈은 사람이 아니라 돈의 논리대로 굴러다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제 시나리오를 좀 살펴보죠.
1. 공무원 임금 동결하고 민간 기업 동결도 차차 지도하여 임금을 죄다 동결시켜버린다. 소비가 뚝 떨어질 테니 물가도 뚝 떨어질 거라고 기대하지만...뭐? 물가는 그대론데 소비는 예년만도 못해졌다고? 왜?
한국 노동자들의 실제 근무 시간은 선진국들 중 최상이다. 찍어내라는 거 이미 열심히 찍어내고 있다. 그리고 임금 동결한다고 해서 생산이 늘어날 리가 없잖은가. 오히려 일을 얼마나 하던 받는 돈은 그대로니까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 근무효율이 더 증가할 리가 없다. 게다가 임금이 동결되어 예년과 같은 봉급을 받고 근무하고 있는데 새로 사긴 뭘 사?
기업 부담이 줄었다고는 해도 그 돈이 시민들 몫으로 떨어지는 것도 아닐 뿐더러 임금 동결한답시고 수입에 의존하는 상당수의 원자재들 값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결국 남은 돈으로 많이 사서 많이 만들고 많이 팔아봐야 오십보 백보. 치솟는 운송료와 기름값 때문에 오십보 백보마저 아닐지도 모른다. 봉급이 그대론데 화물운수가 제대로 진척이나 되겠는가?
공무원들도 사기가 바닥까지 추락해버렸다. 작년과 똑같은 봉급 받으면서 똑같은 직장에서 일하는데 일할 맛이 날까?
공급에 비해 수요가 줄어들면 당연히 물건값이 폭락하는 게 당연지사다. 그런데 이미 거품이 걷힐 만큼 많이 걷혔다. 이 이상 더 깎았다가는 마진이 얼마나 남을지 궁금하다. 그런데 사람들이 봉급 안 오른다고 물건 사가지도 않는다. 물건 아무리 찍어내봐야 사가는 사람들을 찾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이미 한국인의 평균 연수입이 물가 수준에 비해 낮으면 낮았지 결코 높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연수입 못박아놓았는데 소비가 내려가면 내려가지 과연 올라갈까? 정부는 그냥 소비를 못하게 억제해두고 알아서 물건값이 내려가는 울며 겨자먹기식 경제 회복을 기대라도 하는 모양이다.
숫자까지 매겨놓았으니 다른 시나리오도 써보고 싶긴 합니다만..다른 시나리오가 있긴 있을까요? 정말 어떤 분들 말마따나 이명박 정부가 일부러 경제 침체를 유도하기라도 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 by | 2008/10/02 21:43 | 주절주절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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